본문 바로가기

2022/02

(3)
흘러가는 대로 인생을 무엇으로 규정할 수 있을까 나는 무엇을 해왔고 지금은 어디로 가는가 정해지지 않은 것들 속에 쌓인채로 나는 올바르게 나의 길을 나아가고 있는가 노는 게 제일 좋다 사실 마음이 제일 편하다 내가 무얼해도 뭐라하는 사람이 없다는 것만큼 행복한 것도 없다 하지만 내일만 살고 죽을 인간은 아니기에 해보지 않은 것에 겁먹고 해낼 수 있는 것에 손사레 친다 지레 겁을 먹고 내버려둔다 그러곤 관심적으로 그것들만을 하려고 한다 흘러가는대로 살면 참으로 좋지만 사는대로 살면 그대로 일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내부에서의 혁신. 나의 삶의 방향을 맞추는 일. 그대로거나 그렇지 않아도 내가 한 것은 분명 남을 것이다. "오히려 좋아"라고 부르짖고 싶어라.
밑 빠진 독 재미없다 하루가 그렇다 모두에게 부여된 똑같은 오늘이지만 오늘의 나는 재미가 없음을 느낀다 게임을 켰다 내가 하는 게임은 한정적이다 다른 게임도 있지만 끝까지 해내기 두렵다 순식간에 몰살당하는 와중 간간히 이기는 순간들이 나온다 비대칭적으로 커진 상대방을 볼 때 다른 사람이 뻔히 있는데도 나부터 노리는 심보에 기가 차고 짜증이 난다 변칙적 재미보다 스트레스가 쌓여간다 게임을 껐다 내 할일 정도만 하다 일을 마쳤다 메일과 함께 내용을 대강 보내고 나면 내가 할 일은 끝난다 그래 놓고 할 일이 없다고 느낀다 쌓여가는 것 없이 그저 밑 빠진 독처럼 흘러내린다
아무것도 안하고 있지만 나는 더욱 아무것도 하고 있지 않다 하지만 그러기엔 거슬리는 것들이 많다 나는 연료가 필요한 기계라서 음식을 먹어야하고 생리활동을 이어야하고 수면을 해야한다 내가 원하지 않아도 누군가는 내게 할 일을 준다 나는 모르지만 분명 도움이 될지도 모르는 일이다 불현듯 떠오르다 꺼져버리는 마음 무엇을 하고 싶어했는지 조차 이젠 알기가 어렵다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간단한 일을 할 수 있다는 사실 그마저도 지금은 희미해진다 가만히 숨을 쉬고 있다 눈이 풀려있지만 막연한 두려움과 나태가 씌워진 것처럼 아무것도 하고 있지만 나는 더욱 아무것도 하고 있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