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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 빠진 독 재미없다 하루가 그렇다 모두에게 부여된 똑같은 오늘이지만 오늘의 나는 재미가 없음을 느낀다 게임을 켰다 내가 하는 게임은 한정적이다 다른 게임도 있지만 끝까지 해내기 두렵다 순식간에 몰살당하는 와중 간간히 이기는 순간들이 나온다 비대칭적으로 커진 상대방을 볼 때 다른 사람이 뻔히 있는데도 나부터 노리는 심보에 기가 차고 짜증이 난다 변칙적 재미보다 스트레스가 쌓여간다 게임을 껐다 내 할일 정도만 하다 일을 마쳤다 메일과 함께 내용을 대강 보내고 나면 내가 할 일은 끝난다 그래 놓고 할 일이 없다고 느낀다 쌓여가는 것 없이 그저 밑 빠진 독처럼 흘러내린다
아무것도 안하고 있지만 나는 더욱 아무것도 하고 있지 않다 하지만 그러기엔 거슬리는 것들이 많다 나는 연료가 필요한 기계라서 음식을 먹어야하고 생리활동을 이어야하고 수면을 해야한다 내가 원하지 않아도 누군가는 내게 할 일을 준다 나는 모르지만 분명 도움이 될지도 모르는 일이다 불현듯 떠오르다 꺼져버리는 마음 무엇을 하고 싶어했는지 조차 이젠 알기가 어렵다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간단한 일을 할 수 있다는 사실 그마저도 지금은 희미해진다 가만히 숨을 쉬고 있다 눈이 풀려있지만 막연한 두려움과 나태가 씌워진 것처럼 아무것도 하고 있지만 나는 더욱 아무것도 하고 있지 않는다
찬찬히 생각해보는 글을 쓰는 의미 나는 글을 '제멋대로' 쓰는 것을 좋아한다. 일정한 성질도 규칙도 없이 단어 여러 개를 배운 아이가 이 얘기 저 얘기 떠들듯이 마구잡이로 떠드는 것처럼 일관되지 못하게 이 얘기했다가 저 얘기했다가 하며 글을 적었다. 일기라는 포맷 속에서 하나의 스토리를 장황하게 짜내려 가던 어린 시절을 생각하면 더더욱 그렇게 느낀다. 내용보단 그 양에 집중했던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나이를 먹어갈수록 점차 글귀를 써 내려갈 일은 많아졌다. 일정 수 이상의 글을 채워야 하는 깜지. 몇 장 이상으로 쓰라는 독후감을 비롯한 여러 감상문들. 나름의 합리성을 바탕으로 최대한 수식어들을 밀어 넣었고 몸집만 가득 불린 정체모를 글들이 나오게 되었다. 아마 그렇게 쓸 수 있었던 이유는 '나는 읽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일지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