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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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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안하고 있지만 나는 더욱 아무것도 하고 있지 않다 하지만 그러기엔 거슬리는 것들이 많다 나는 연료가 필요한 기계라서 음식을 먹어야하고 생리활동을 이어야하고 수면을 해야한다 내가 원하지 않아도 누군가는 내게 할 일을 준다 나는 모르지만 분명 도움이 될지도 모르는 일이다 불현듯 떠오르다 꺼져버리는 마음 무엇을 하고 싶어했는지 조차 이젠 알기가 어렵다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간단한 일을 할 수 있다는 사실 그마저도 지금은 희미해진다 가만히 숨을 쉬고 있다 눈이 풀려있지만 막연한 두려움과 나태가 씌워진 것처럼 아무것도 하고 있지만 나는 더욱 아무것도 하고 있지 않는다
찬찬히 생각해보는 글을 쓰는 의미 나는 글을 '제멋대로' 쓰는 것을 좋아한다. 일정한 성질도 규칙도 없이 단어 여러 개를 배운 아이가 이 얘기 저 얘기 떠들듯이 마구잡이로 떠드는 것처럼 일관되지 못하게 이 얘기했다가 저 얘기했다가 하며 글을 적었다. 일기라는 포맷 속에서 하나의 스토리를 장황하게 짜내려 가던 어린 시절을 생각하면 더더욱 그렇게 느낀다. 내용보단 그 양에 집중했던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나이를 먹어갈수록 점차 글귀를 써 내려갈 일은 많아졌다. 일정 수 이상의 글을 채워야 하는 깜지. 몇 장 이상으로 쓰라는 독후감을 비롯한 여러 감상문들. 나름의 합리성을 바탕으로 최대한 수식어들을 밀어 넣었고 몸집만 가득 불린 정체모를 글들이 나오게 되었다. 아마 그렇게 쓸 수 있었던 이유는 '나는 읽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일지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