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더욱 아무것도 하고 있지 않다
하지만 그러기엔 거슬리는 것들이 많다
나는 연료가 필요한 기계라서
음식을 먹어야하고
생리활동을 이어야하고
수면을 해야한다
내가 원하지 않아도 누군가는 내게 할 일을 준다
나는 모르지만 분명 도움이 될지도 모르는 일이다
불현듯 떠오르다 꺼져버리는 마음
무엇을 하고 싶어했는지 조차 이젠 알기가 어렵다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간단한 일을 할 수 있다는 사실
그마저도 지금은 희미해진다
가만히 숨을 쉬고 있다 눈이 풀려있지만
막연한 두려움과 나태가 씌워진 것처럼
아무것도 하고 있지만 나는 더욱 아무것도 하고 있지 않는다
짧은 글/시